<환상통> / 저자 : 이희주 / 출판 : 문학동네 / 2016
이희주 작가님의 '환상통'을 읽고...
*내용 스포 주의*
‘환상통’이란 단어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은 기억나지 않지만, 알고는 있는 단어였다. 이 단어가 와 닿은 순간은 가수 샤이니 종현의 비보를 듣는 순간이었고, 같은 제목의 책이 있다는 것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가 문득 떠올랐고 대출을 하게 되었다. 정말 제목만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책의 내용이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 또 그러한 사람을 짝사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쓰인 소설이란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
나 역시 다양한 연예인들을 좋아 했었고, 지금도 한 그룹을 좋아하는 팬의 입장이었기에 더욱 깊숙하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이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M의 시점에서, 2부는 만옥의 시점에서, 3부는 만옥을 사랑하는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1부의 의문은 2부에서 풀리고, 1부와 2부를 확실하게 정리해주는 게 3부라고 느껴졌다.
N그룹을 좋아하는 M은 공개방송에서 만옥을 만나게 된다. N그룹의 ‘민규’라는 멤버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둘을 친해지게 되고, N그룹을 보기 위해 함께 공방을 뛰고 행사를 찾아가는 사이가 된다. M은 자신의 감정을 자신답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기록’을 택하고, 민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모두 기록하기도 한다. 1부의 거의 끝부분에, M이 N그룹을 따라다니는 것을 그만두게 되는(쉽게 말하면 휴덕 또는 탈덕을 하게 되는)순간이 나온다.
‘내가 사랑을 포기한 것은 그날 거대한 신도시의 건물 사이를 돌다가, 막차를 놓칠까 반쯤 뛰다가, 명목상 심어둔 것처럼 드문드문 떨어져 서 있던 가로등 아래에서 흩날리는 가짜 눈을 맞았기 때문이다. 그때 코트 자락을 너무 세게 털어서, 무언가 같이 떨어져나갔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되게 다양한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글로 표현하려니 잘 정리되지 않는 기분이다. 팬의 입장에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부분이었다.
2부에서는 ‘만옥’의 입장에서 그녀의 생각과 행동을 지켜보면서, 새로운 느낌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그녀의 모든 행동을 공감한다거나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여기에서도 인상 깊은 구절은 있었다.
“나는 너와 같은 무대에 동료라는 이름으로 서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다. 내가 너를 보기 위해 이렇게 기다려야 하는 것과 달리 그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면 언제라도 너를 볼 수 있었다.”
라는, 어쩌면 대다수의 팬들이 한 번쯤은 느껴보았을 감정이 나타나있던 만옥의 독백이 참 마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3부는 만옥을 좋아하던 ‘민규’라는 이름의 일반인 남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실, 3부에서는 ‘민규’라는 사람보다 그의 친구로 나오는 이름 없는 ‘그녀’의 대사들이 더 와 닿았고 또 재미있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그에게 누구보다 속 시원하게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넌 그 나이 먹고도 아직도 모르는 게 많구나. 정신 좀 차려. 걔들은 단지 너 같은 애랑 섹스 얘길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야. 너 같은 애들의 성생활을 궁금해 하지 않는 거고.”
라며 시원하게 쏘아 주는 장면이 참 좋았다.
책에 관하여 많은 내용과 구절을 써 놓았지만, 솔직히 가장 또렷한 문장은 따로 있다. 소설 속에서 많이 등장하는 M과 만옥의 대사 중 하나인 “씨발, 죽어도 좋아.”라는 이 문장.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았고, 그 노력의 대가로 그들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문장이지 않을까.
어쨌든 ‘아이돌의 팬’이라는 조금은 특별한 시점에서 쓰여 진 <환상통>은, 새롭기도 하고 공감가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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