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금 울었다> / 저자 : 권미선 / 출판 : 허밍버드 / 2017
권미선 작가님의 감성 에세이 '아주, 조금 울었다'를 읽고...
학교 근처에 위치해서 자주 찾는 교보문고를 둘러보다가, 그날따라 에세이 코너 앞에 발길이 멈췄었다. 사실 나는 흔히 말하는 ‘힐링 글’ 또는 ‘감성 글’을 딱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손이 가는 책이었다. 별 생각 없이 펼쳤던 권미선 작가님의 <아주, 조금 울었다>라는 책을, 서있던 그 자리에서 반 쯤 읽어버렸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의 내용이 궁금해 다음날 또 교보문고를 찾았었다.
<아주, 조금 울었다>는 5가지의 장으로 나누어져있었고, 하나의 장 안에는 짧게는 한 페이지에서 길게는 세 페이지 정도 분량의 글들이 여러 개 모여 있었다. 총 73편의 짧은 글들의 모임이라 그런지 읽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순서대로가 아니라 끌리는 제목을 골라 읽는 재미도 있었다(결국 전부 다 읽어버리긴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인데, 권미선 작가님은 15년차의 경력을 가진 라디오 작가셨다. 어쩐지 책을 읽는 동안 청취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 보다.
목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다.
비로소 혼자가 된 시간,
아주, 조금 울었다
오직 마음에 충실했던
순간들
두고 온 것은 늘
그립다
눈물을 닦으니
보이는 것
혼자인 시간에만 가능한,
나의 고백
각 장의 제목만 보아도 넘치는 감성들이, 글을 읽는 내내 흘러나오는 책이었다. 외로움을 느껴 보았던 사람들, 이별의 아픔을 가져 보았던 사람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 감성의 물결에 젖어들고 싶은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읽어 보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나처럼 스치듯 읽어 나가다가 어느 순간 ‘쿵-’하고 내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마음 속에 제일 깊숙이 들어왔던 구절은, 네 번째 장에서 아이슬란드 인들에 관한 글 속에 있었다.
"자기들이 잘 못한다는 거, 아마도 대단한 밴드는 못될 거라는 거,
그건 부모들도 알고, 그들도 알고 있어.
하지만, 성공을 바라는 게 아니야.
하고 싶으니까 한번 해 보는 거지."(157p)
하고 싶으니까 해 보 는 것. ‘하고 싶다’라는 그 이유 하나가, 모든 할 수 없는 이유를 이겨도 된다는 것.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말이어서 그런지 참 깊게 남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겪어 본 만큼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아파하고, 더 많이 슬퍼하게 되니까.
그래서 아무 말 없이 오래 같이 우는 사람은
아마도 비슷한 아픔이 있는 사람들 일 거야. (33p)
.
잊은 사람은 잊은 걸 모르니 슬프고,
남은 사람은 그 모든 기억을 혼자 갖고 있으니 아프다. (138p)
.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낙관과 비관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부풀어 올랐다가 터졌다가
웃었다가 울었다가
그렇게 갈팡질팡하면서. (173p)
.
영화감독 ‘우디 앨런’이 이런 말을 했어.
이 세상에 '시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이고,
이 세상에 ‘공간’이 있는 이유는
모든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라고. (214p)
감성에세이를 읽은 날이면, 그 책에 대한 글 속에서도 감성이 묻어나는 느낌이다.
<아주, 조금 울었다>를 읽고서... 끝!!
( + 사담 )
책 내용과는 관계 없음.
188p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녀는 길게 드리워진 암막 커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떤 사람이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어.
‘창문을 닫아 주세요. 날씨가 너무 좋아요.’
아마, 산책하기에 좋은 날씨였을 거야.
침대에 누운 그 사람은 자신이 다시는 찬란한 햇빛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없다는 걸 알았겠지.
너무 잔인한 일이지 않아?
나의 생을 끝나 가는데, 세상은 신경도 쓰지 않지.
심지어 날씨마저 좋아.”
이 구절을 읽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냈던 순간의 내가 떠올랐다.
나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던 세상이 원망스럽던 그 때의 감정도 떠올랐다.
시간이 약이란 말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이해되었던 부분이지,
내 시계가 멈춰있는 이상은 효과없는 말이었던, 그 때가 떠오르는 그런 구절.
정말 세상은 신경도 쓰지 않는구나... 하며 쓰릴 만큼 낯설었던 그 순간들이 괜스레 생각난다.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책] 요즘 것들의 사생활 : 먹고사니즘 (이혜민/900KM) (0) | 2022.05.08 |
|---|---|
| [책/소설] 환상통_이희주 (문학동네/2016) (0) | 2018.01.21 |
| [책]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_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2017) (0) | 2017.12.18 |
| [책] 모순 _양귀자(쓰다/2013) (스포주의) (0) | 2017.12.17 |

